[칼럼] 공공임대상가, 과연 최선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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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상가정보연구소 작성일18-01-09 11:14 조회3,31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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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정보연구소 이상혁 선임연구원

 

정부와 지자체가 공공임대상가 정책에 매진하고 있지만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선다.

 

공공임대상가는 과거에도 정치권에서 수차례 언급됐으나 추진단계까지 이르진 못했다. 그러다 새 정부의 국정과제인 도시재생 뉴딜사업과 맞물려 급물살을 타는 모양새다.

 

낡은 구도심에 사람들이 몰리면 그 여파로 임대료가 올라 원주민들이 밀려나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현상이 발생하는데, 도시재생 뉴딜사업으로 노후지역이 되살아나면 젠트리피케이션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영세상인을 위한 상가를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성동구는 한발 앞서 서울시 자치구 중 최초로 공공안심상가라는 이름의 공공임대상가를 공급하고 있다. 호기심이 생겨 ‘1호’ 공공안심상가를 직접 다녀온 필자는 실망감을 금치 못했다. 상가 입지가 성수동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지역상권과는 거리가 먼 데다 이렇다 할 상권이 형성되지 않은 나홀로 지식산업센터의 저층부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이다. 가시성과 접근성도 떨어졌고, 계약조건 역시 최대 2년에 불과해 상인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요소가 부족했다.

 

현재 공사 중인 또 다른 공공안심상가 부지도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았다. 사업지 및 주변에 경쟁력 있는 상가들이 들어선다고 해도 상권이 살아나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였다. 당장 창업을 통해 수익을 거둬야 하는 상인들 입장에서는 위험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서대문구도 최근 ‘노점상 합법화를 위한 시도이자 국내 최초의 공공임대상가 실험’을 시도한다고 공표했지만 성공 여부는 미지수다. 컨테이너박스를 활용한 소규모 상가인 ‘박스퀘어’를 지어 이곳에 이화여대 일대 노점상 입점을 장려한다는 계획인데, 정작 노점 상인들은 심드렁한 반응이다. 장사가 잘될지 의문이거니와 입점 이후에는 그동안 내지 않던 세금 부담을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상가와 주택은 다르다. 주택이야 가격이 싸면 입지·시설 등에 있어 어느 정도 불편을 감수하고라도 입주할 사람은 널려 있다. 하지만 제아무리 반값 상가라 해도 장사가 잘 될 리 없는 곳에서 허송세월을 보낼 상인은 어디에도 없다. 공공임대상가를 공공임대주택 공급하듯 단순하게 추진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반대로, 공공임대상가에서 장사가 잘되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이 경우에도 상당한 부작용이 예상된다.

 

먼저 특정지역과 특정인에만 공급되다보니 특혜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특혜 시비를 없애려면 공급량을 늘려 다수가 혜택을 누릴 수 있으면 좋겠지만, 도시재생 뉴딜사업에 50조 투입이라는 막연한 계획 아래에서 정작 예산 확보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정부를 보노라면 공공임대상가에 많은 에너지를 쏟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렇다면 최소한의 선행절차로 공공임대상가에 입점하기 위한 명확한 자격요건을 규정하고, 이를 제대로 걸러낼 제도적 장치라도 마련해야 한다. "서민을 위해 마련한 공공임대주택의 주차장에 고가의 외제차가 널려 있더라"는 말은 식상한 유머가 돼 버렸다. "공공임대상가 상인의 금고를 보니 금괴가 가득하더라"는 말까지 생겨나지는 않기를 바란다.

 

공급 이후의 운영방안에 대해서도 보다 심도 있는 준비가 필요하다.

 

공공임대상가와 이름은 다르지만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을 만한 사례가 있다. 바로 지하도 상가다. 공공재산을 저렴한 임대료로 상인들에게 제공한다는 점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지금 돌아가는 상황은 어떤가. 서울시와 인천시 등의 지하도 상가 문제는 기존 상인들의 반복적 계약연장, 불법 재임대와 음성적인 권리금 거래 등으로 신문 사회면을 장식하는 단골소재가 돼 버렸다. 공공임대상가라고 이렇게 되지 말란 법이 있을까?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섬세한 계획 없이 치적 쌓기에만 몰두하다보면 언젠간 시장에 거대한 혼란을 가져올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자신이 없다면 시작하지 않는 것도 방법이다.

 

 

2017-12-12 에너지경제 기고

http://www.ekn.kr/news/article.html?no=330628